[신문보도] 6/24. 한국일보 .각방 쓰던 남편, 결국 외도를... 부부관계 회복, 어쩌면 좋나요?
"각방 쓰던 남편, 결국 외도를... 부부관계 회복, 어쩌면 좋나요?" | 한국일보 (hankookilbo.com)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10명 중 4명은 '섹스리스' 부부
섹스리스→외도→부부 모두 타격
‘멈춤 신호’ 후 합리적 접근해야
Q1: 출산 후 8년 차인 40대 초중반 여성입니다. 직장과 양육, 가사에까지 치이다 보니, 솔직히 남편과의 성관계가 귀찮아졌습니다. 남편은 가족 부양에 성실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성관계를 계속 거부하니 마음이 돌아섰나 봅니다. “그래 죽을 때까지 너랑 잘 일 없어!”라며 각방 생활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회식 때 동료들과 한두 번 들른 성매매 업소를 습관처럼 드나들기 시작했고, 저는 우연히 남편의 카드 내역서를 확인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은 제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제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A1 : ‘섹스리스’의 정의는 연구마다 다르지만, 통상 건강한 부부가 한 달에 한 번 이하의 성관계를 6개월 이상 지속했을 때를 의미한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2016년)에 의하면, 기혼자 743명 가운데 ‘성관계가 월 1회 이하이거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에 달했다. 또 연령이 올라갈수록 섹스리스 비율도 높아져 50대 이상 기혼자는 43.9%였다.
문제는 부부 사이 성적 욕구불만이 쌓이면, 외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 성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 크기가 크고 성호르몬도 왕성하게 분비된다. 결혼생활에 대한 욕구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고 남녀의 성심리도 다르다. 또한 미국 부부 심리 전문가 윌라드 할리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생활을 통해 ‘애정, 보호, 안정’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고, 남성은 ‘성, 즐거움, 존중받음’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
남성은 직장 스트레스와 긴장감 등을 성생활로 해소하는 측면이 있는데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하면 비참함을 느끼는 남편들도 많다. 섹스리스는 아내의 외도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남편의 성기능 문제, 낮은 성욕, 포르노 중독 등으로 외로운 아내들이 결국 외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 사례 부부의 경우, 아내는 부부 성생활의 중요성을 몰랐고, 남편 역시 불만만 있었지 아내의 마음을 녹이려는 애정표현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Q2: 50대 중후반의 남성입니다. 제가 매우 가부장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독립하고 제 은퇴가 가까워지자 아내는 결혼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나 봅니다. 아내는 우연히 남자 동창과 연락이 닿았고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아직도 내 매력을 알아주는 남자가 있구나“라며 깊은 관계로 빠졌습니다. 결국 아내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이제 그만 놓아 달라”며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A2: 부부 관계에 불균형이 생기면, 서로의 애착이 느슨해지고 결국 남편ㆍ아내 모두 외도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위 사례의 아내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오랜 기간 남편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했고, 중년이 되자 ‘자기 찾기’를 시도하면서 정서적 행복감을 주는 남자와 외도에 빠져 굳이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내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며 지난 결혼생활에서 느낀 부정적 감정과 부담을 굳이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위 사례 남편은 △아내의 외도와 △이혼 요구라는 두 개의 폭탄을 동시에 맞아 충격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의뢰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버스 잡는 격,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내를 함부로 대하다 보니 아내가 남편 곁을 떠날 준비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내 역시 모처럼 찾은 존재감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혔고 결국 지속적인 전문가 상담과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배우자의 외도는 피해 배우자에게 분노와 절망, 깊은 불신감을 남긴다. 아울러 외도자 본인에게도 수치심, 죄책감, 막막함을 남긴다. 그러나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부부가 힘을 합해 외도 문제를 해결하여 이전보다 깊은 부부사랑을 맺는 ‘전화위복 부부’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전화위복 부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외도자의 경우, 먼저 배우자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아울러 배우자의 상처에 공감하고 곁에 머물며 보상하려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찍 귀가해 가족과의 시간을 늘리고 가사, 양육 등 역할 분담을 한다. 또 배우자가 불신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통화내역, 카드내역, 만남에 관한 정보’ 등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성 중독, 포르노 중독 등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추천한다.
피해 배우자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외도자에게 ‘중단, 멈춤’의 신호를 확실히 보내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외도자에 대한 상한 감정을 털어낸 뒤에는 좀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의 상처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현재에 필요하거나 보상받고 싶은 것들을 외도자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삶의 중심을 ‘배우자’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옮겨오는 관점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만약 상처 극복이 너무 어려워 자기 비하나 의처, 의부증에 빠진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지난 결혼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늙어서까지 원만한 성생활을 하는 부부는 성과 관련한 대화를 충분히 나누며 욕구를 조율해 나가는 경향이 있다. 부부가 서로 성관계 시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위해 필수 요건이다.
나현정 굿상담클리닉 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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